AI 활용2026년 8월 6일

AI가 만든 화면은 왜 다 똑같이 생겼을까

요즘 바이브 코딩으로 이것저것 뚝딱 만들다 보면 이상한 기시감이 든다. 프롬프트 하나 던지면 남색 버튼에 둥근 카드, 그라데이션 히어로 섹션이 쫙 깔린 세련된 화면이 나오는데, 문제는 다들 비슷하게 세련됐다는 거다.

나만 이런 느낌 받는 건가 싶어서 좀 찾아봤더니, 이미 업계에서는 이 현상에 "베이지색 인터넷(beige internet)"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더라. 오늘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그리고 이게 진짜 우리 프로덕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리해봤다.

AI(클로드코드)를 5분만에 만들어준 렌딩페이지

다들 같은 재료로 요리하니까 붕어빵이 나온다

AI가 만드는 화면이 비슷한 첫 번째 이유는 재료 자체가 같기 때문이다. shadcn/ui라는 컴포넌트 라이브러리가 2023년에 나온 이후 지금은 깃허브 스타 11만 개가 넘는 사실상 업계 표준이 됐는데, Claude든 v0든 대부분의 AI 코딩 도구가 새 컴포넌트를 만들 때 제일 먼저 이 라이브러리 기본값을 꺼내 쓴다.

근데 이게 다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건 학습 데이터 자체의 편향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코드 중에 인기 있는 스택으로 만들어진 게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AI 입장에서는 "이게 정답"이라고 학습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우리가 프롬프트를 짤 때도 "깔끔하게", "모던하게" 같은 두루뭉술한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는 프롬프트 관성까지 더해지면서, 아래와 같은 거의 고정된 공식이 만들어졌다.

  • 히어로 섹션

  • 3~4개짜리 피처 카드

  • 후기 섹션

  • 푸터

인기 있는 스타일이 더 많이 학습되고, 더 많이 학습된 스타일이 또 인기 있는 결과물로 나오는 피드백 루프인 셈이다.

사용하는 에셋의 집합 shadcn/ui

화면이 다 똑같으면 정말 비즈니스에 문제가 될까

여기서 "디자인이야 어차피 기능만 좋으면 되지"라고 넘기고 싶어질 수 있는데, 나는 실제로 이게 꽤 현실적인 손해로 이어진다고 본다. 예전에 클라이언트한테 랜딩페이지 시안을 보여줬는데 "이거 어디 템플릿 아니에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디자인 자체는 흠잡을 데 없었는데도,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인상이 순간적으로 신뢰도를 깎아먹은 거다.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지 않나. 브랜드 회상률이나 전환율을 다루는 마케팅 쪽 연구를 보면, 사용자가 화면을 처음 봤을 때 느끼는 "낯섦"과 "차별성"이 클릭이나 체류시간에 실제로 영향을 준다고 한다.

스타트업이라면 문제가 더 커진다. 투자자 앞에서 데모를 돌렸는데 화면 구조가 경쟁사, 심지어 완전히 다른 업종의 서비스랑 판박이라면 "이 팀이 제품에 얼마나 고민을 담았나"라는 인상 자체가 흐려진다.

디자인이 브랜드의 유일한 차별화 지점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는 복붙하지 않았다"는 신호는 줘야 하는데, 지금의 AI 기본값은 그 신호를 자꾸 지워버리는 셈이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뭘 다르게 해야 할까

  1. 프롬프트를 던지기 전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부터 못 박아라. 컬러, 폰트, 모서리 둥글기 정도의 5가지 값만 미리 정의해서 AI에게 넘겨도 결과물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는 게 실무자들 사이에서 이미 검증된 방법이다. 컴포넌트 라이브러리는 그대로 써도 괜찮다, 그 위에 우리 색을 입히느냐가 관건이다.

  2. AI가 뽑아준 화면을 곧바로 쓰지 말고 경쟁사나 레퍼런스 스크린샷을 나란히 띄워놓고 비교하는 습관을 들이자. "여기가 너무 똑같다" 싶은 지점을 최소 두세 군데는 의도적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인상이 확 달라진다.

  3. AI 결과물은 구조를 잡는 초안으로만 쓰고, 마이크로 인터랙션이나 카피 톤, 여백 같은 디테일은 사람이 마지막에 손을 대는 단계를 남겨두는 게 좋다.

다만 이 모든 노력도 결국 사람이 "이거 괜찮은지" 한 번 더 눈으로 검증하는 과정 없이는 소용없다는 걸 잊지 말자.

결국 AI가 만든 화면이 비슷해 보이는 건 도구 탓이라기보다, 우리가 기본값을 얼마나 의심하지 않았는가의 문제에 가깝다.

다음에 AI한테 화면을 만들어달라고 할 때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부터 먼저 던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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